🕊️ 외로움이 국가 문제가 된 이유,
그리고 인간은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외로움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국가의 과제’가 되기까지
2018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일본에서도 ‘고독·고립 대책 담당 장관’이 처음 임명되었습니다.
이제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다뤄야 하는 공공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있습니다.
가족과 이웃 중심의 공동체가 해체되고, 도시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사람들은 점점 혼자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물리적 고립은 정서적 고립을 낳고, 연결되지 못한 마음들은 점점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고령화와 디지털 사회의 역설
외로움은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배우자를 잃거나, 자녀가 독립한 이후의 긴 시간은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요함으로 남습니다.
한편, 젊은 세대의 외로움은 다릅니다.
SNS 속 수많은 연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종종 “언제나 연결되어 있지만,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감정을 토로합니다.
비교와 경쟁이 일상이 된 디지털 환경은 관계를 넓히는 대신, 관계의 얕음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 코로나19가 드러낸 ‘단절의 시대’
팬데믹은 외로움을 사회 전면으로 끌어올린 사건이었습니다.
거리두기와 격리는 단순한 물리적 조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거리두기를 심화시켰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돌봄 노동자, 실업자, 이주민 등 사회적 취약층은 더욱 깊은 고립을 경험했습니다.
이때 각국 정부는 깨달았습니다.
“외로움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 각국의 대응 — ‘약 대신 사람을 처방하다’
영국은 외로움부를 신설하며 ‘사회 처방(Social Prescribing)’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의사가 약 대신 사람과 활동을 처방하는 방식입니다.
환자들은 상담을 통해 지역의 독서모임, 원예활동, 봉사 등 사회적 연결을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일본 또한 ‘고독·고립 대책 장관’을 통해 자살, 고독사, 육아 고립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르웨이는 No Isolation 같은 사회적 스타트업을 통해 기술로 외로움을 줄이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인간은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구조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서로를 그리워하고 연결을 갈망합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라 했습니다.
그 말은, 누구도 완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는 고독을 내포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고독이 우리를 서로 향하게 만듭니다.
“너는 지금 연결이 끊어졌어.
누군가와, 혹은 네 자신과 다시 만나야 해.”
외로움을 거부하기보다, 그 감정을 바라보고 이해할 때 우리는 오히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자세
- 외로움을 관찰하기 — 외로움을 나쁜 감정으로 규정하지 않고, “지금 나는 무엇을, 누구를 그리워하고 있나”라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물음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 일상의 의식(ritual) 만들기 — 매일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짧은 글을 쓰는 것처럼 자신만의 리듬을 갖는 일은 외로움 속에서도 중심을 잡게 합니다.
- 느린 관계 맺기 —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급히 사람을 찾기보다, 천천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연을 기다립니다. 관계는 속도가 아니라, 진심의 깊이로 피어납니다.
🌼 외로움은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증거다
인간은 외로움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외로움을 길들여 의미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외로움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너는 여전히 사랑하고 싶어하는 존재야.”
그러니 외로움은 병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