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봉사하러 옵니다. 취업이나 진학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기 위해 오는 성인도 있고, 졸업에 필요한 봉사 시간을 채우려는 대학생과 고등학생도 있습니다. 가끔 중학생이나 군인이 봉사하러 오기도 합니다.
도서관을 찾은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목적을 가지고 봉사를 시작합니다.
저도 예전에 도서관 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 도서관 봉사자들을 만나면서 문득 그때의 저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단순히 봉사 시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누군가가 원하는 책을 쉽게 찾도록 돕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도서관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 배우는 것
도서관 봉사를 처음 시작하면 먼저 도서관 내부의 서가 위치를 살펴봅니다.
어린이책, 일반도서, 참고도서 등 자료가 놓인 공간을 확인하고, 반납된 책을 어느 서가로 가져가야 하는지도 배웁니다. 그다음에는 책등에 붙어 있는 청구기호를 읽고 책을 제자리에 꽂는 방법을 익힙니다.
청구기호는 책이 돌아가야 할 자리를 알려주는 ‘책의 주소’입니다.
청구기호가 무엇인지, 숫자와 저자기호를 어떤 순서로 읽는지 처음부터 알고 싶다면 제가 전에 작성한 도서관 봉사 초보를 위한 청구기호 읽는 방법을 먼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청구기호의 기본 개념보다는 반납 도서를 꽂을 때 봉사자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숫자 배열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봉사자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청구기호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숫자가 붙은 책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 808.9
- 808.91
- 813.8
- 813.808
이 숫자를 작은 것부터 순서대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순서만 알고 있다고 해서 책을 항상 정확하게 꽂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서가에 책을 꽂을 때는 같은 분류기호가 붙은 책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808.9와 808.91, 또는 813.8과 813.808의 책이 서로 섞이기 쉽습니다.
808.9와 808.91, 어떻게 꽂아야 할까?
808.9와 808.91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맞춰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 808.9 = 808.90
- 808.91 = 808.91
808.90이 808.91보다 작으므로 808.9가 먼저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808.9 책 한 권 다음에 바로 808.91 책 한 권을 꽂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가에 다음과 같은 책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책들은 다음과 같이 꽂아야 합니다.
즉, 808.9가 붙은 책들을 저자기호 순서에 따라 모두 꽂은 뒤에 808.91 책을 꽂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808.9 책 전체 묶음이 먼저이고, 그 묶음이 모두 끝난 다음에 808.91 책 묶음이 시작됩니다.
808.9와 808.91 책을 저자의 이름만 보고 함께 섞어 꽂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808.9의 저자기호가 ‘이’로 시작하고, 808.91의 저자기호가 ‘김’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808.91 김○○ 책을 808.9 이○○ 책보다 앞에 꽂지 않습니다.
청구기호는 항상 첫 번째 줄의 분류기호를 먼저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분류기호가 다르면 저자기호보다 분류기호의 순서가 우선합니다.
813.8과 813.808도 같은 원리입니다
봉사자들이 더욱 자주 헷갈리는 번호가 813.8과 813.808입니다.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맞추기 위해 813.8 뒤에 0을 붙여보겠습니다.
- 813.8 = 813.800
- 813.808 = 813.808
813.800이 813.808보다 작기 때문에 813.8이 먼저입니다.
이 경우에도 813.8 책 한 권 뒤에 813.808 책을 번갈아 꽂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책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서가에는 다음과 같이 꽂아야 합니다.
813.8이 붙은 책들을 저자기호 순서에 맞춰 모두 꽂은 후, 813.808 책들을 꽂아야 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813.8 책이 한 권도 남지 않도록 모두 배열한 다음, 그 뒤에서 813.808 책의 배열을 시작합니다.
813.8 책과 813.808 책은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분류기호입니다. 따라서 각각 별도의 책 묶음으로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숫자가 짧다고 무조건 먼저 오는 것은 아닙니다
808.9가 808.91보다 먼저 오고, 813.8이 813.808보다 먼저 오는 것을 보고 “숫자가 짧으면 앞에 꽂으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길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정확한 방법이 아닙니다.
청구기호의 숫자는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맞춘 다음 왼쪽부터 한 자리씩 비교해야 합니다.
- 808.9는 808.90과 같습니다.
- 808.90은 808.91보다 작습니다.
- 따라서 808.9가 808.91보다 먼저입니다.
마찬가지로,
- 813.8은 813.800과 같습니다.
- 813.800은 813.808보다 작습니다.
- 따라서 813.8이 813.808보다 먼저입니다.
숫자의 뒤에 0을 붙여도 값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원리를 기억하면 비슷한 청구기호도 훨씬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책 묶음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반납된 책을 꽂을 때는 책 한 권만 보지 말고, 같은 분류기호가 붙은 책들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끝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813.8 책을 꽂는다면 서가에서 먼저 813.8 책들이 모여 있는 구역을 찾습니다. 그 안에서 저자기호를 비교해 책의 자리를 정합니다.
813.808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813.808 책이 시작되는 위치를 찾은 다음, 그 안에서 저자기호 순서에 맞게 꽂습니다.
다음처럼 기억하면 쉽습니다.
- 먼저 분류기호가 같은 책의 묶음을 찾습니다.
- 그 묶음 안에서 저자기호를 비교합니다.
- 같은 분류기호의 책이 모두 끝난 다음 다음 분류기호로 넘어갑니다.
청구기호를 볼 때는 저자 이름보다 분류기호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분류기호가 같을 때만 저자기호를 비교합니다
다음과 같이 분류기호가 같은 책들이 있다면 두 번째 줄의 저자기호를 비교합니다.
첫 번째 줄의 813.8이 모두 같으므로 두 번째 줄을 확인하여 순서를 정합니다.
그러나 다음 두 책은 첫 번째 줄부터 다릅니다.
두 번째 책의 저자기호가 ‘김’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813.8 책보다 앞에 꽂지 않습니다.
먼저 분류기호를 비교해야 하므로 배열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줄이 다르면 첫째 줄에서 순서가 결정됩니다. 첫째 줄이 같을 때만 둘째 줄을 비교합니다.
이 원칙을 기억하면 저자기호 때문에 서로 다른 분류기호의 책을 섞어 꽂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권수가 있는 책은 마지막 줄까지 확인합니다
같은 제목의 시리즈나 전집에는 다음과 같이 권수를 나타내는 표시가 붙을 수 있습니다.
- v.1
- v.2
- v.3
또는 도서관에 따라 단순히 1, 2, 3으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1권부터 차례대로 꽂아야 합니다.
분류기호와 저자기호가 모두 같더라도 마지막에 붙은 권수가 다를 수 있으므로 청구기호의 맨 아래 줄까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같은 책이 여러 권 있는 복본에는 c.2, c.3과 같은 표시가 붙기도 합니다. 표기 방법은 도서관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처음 봉사할 때 담당자에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별치기호가 있다면 서가 위치부터 확인하세요
책등의 청구기호 위나 옆에 다음과 같은 표시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아동(아)
- 유아(유)
- 청소년(청)
- 큰글자(큰)
- 향토
- 영어
- 만화
이러한 표시는 자료를 별도의 장소에 배치하기 위한 별치기호일 수 있습니다.
숫자가 같더라도 별치기호가 다르면 책을 꽂는 장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도서와 어린이도서에 모두 813.8이 붙어 있어도 같은 서가에 꽂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책을 정리할 때는 숫자만 보지 말고 먼저 그 책이 어느 자료실과 서가에 속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은 신착도서인 경우 별도의 서가에 꽂는 경우가 있으니, 이점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책을 꽂은 뒤 양옆을 확인하세요
책을 제자리에 꽂았다고 생각해도 마지막 확인이 필요합니다.
새로 꽂은 책의 왼쪽에는 더 앞선 청구기호가 있고, 오른쪽에는 더 뒤에 오는 청구기호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책 한 권만 보지 말고 양옆 책의 청구기호를 함께 비교하면 잘못 꽂는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서가를 정리할 때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면 좋습니다.
- 책의 별치기호와 자료실을 확인합니다.
- 분류기호의 소수점 앞 숫자를 비교합니다.
- 소수점 아래 숫자를 왼쪽부터 비교합니다.
- 같은 분류기호의 책들이 모인 구역을 찾습니다.
- 분류기호가 같을 때 저자기호를 비교합니다.
- 권수나 복본 표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책을 꽂은 뒤 양옆 책의 청구기호와 다시 비교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억지로 꽂지 않아도 됩니다
도서관 봉사를 하다 보면 청구기호가 지워졌거나 라벨이 훼손된 책, 서가 위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분류기호는 같지만 저자기호의 배열이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짐작해서 아무 곳에나 꽂기보다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이 잘못 꽂히면 전산상으로는 대출할 수 있는 책인데도 이용자가 찾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도서관 안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잃어버린 책처럼 되는 것입니다.
빠르게 많은 책을 꽂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정확한 자리에 꽂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한 권을 제자리에 꽂는 일의 의미
도서관 봉사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의미가 큽니다.
내가 바르게 꽂은 책을 누군가가 쉽게 찾아 읽을 수 있고, 그 책의 한 문장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위로나 지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청구기호가 익숙하지 않을 때는 숫자들이 복잡하게만 보입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같은 분류기호의 책을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하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두 가지를 기억해 두세요.
- 808.9 책을 모두 꽂은 다음 808.91 책을 꽂습니다.
- 813.8 책을 모두 꽂은 다음 813.808 책을 꽂습니다.
그리고 분류기호가 서로 다르다면 저자기호보다 분류기호의 순서가 먼저입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해도 괜찮습니다. 정확하게 책을 꽂는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청구기호가 책의 주소처럼 자연스럽게 읽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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